마야 이야기2

지난 2002년 세계 7대 불가사이의 하나로 치첸이쯔아(Chichen Itza, 멕시코 유카탄주, 후고전기 마야 AD900~1500 최대 도시)의 꾸꿀 깐 사원(temple of Kukulcan)이 뽑혔다. 마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건축물 중 하나이자, 우리 익투스가 자리잡은 곳이다.
기하학적이지만, 완벽한 모양으로 한 면에 있는 계단 수가 91개, 네 면을 합치면 364개이고, 맨 위 제단까지 포함하면 365개, 바로 1년이다. 이 사원은 그 자체가 거대한 달력인 것이다.

마야의 달력, ‘촐낀
모모스떼난고(momostenango. 과테말라 마야 원주민 자치도시)는 마야 원주민 끼체족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스페인 군대가 들어오고 5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들은 선조들처럼 옷을 입고, 마야어를 쓴다. 지금도 중앙아메리카에서는 700만 명 정도가 마야어를 사용한다. 마야인을 정말 마야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말과 옷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마야의 달력 ‘촐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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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띠사발(Chuti Sabal, 과테말라 모모스떼난고)은 마야의 사제가 되려는 이들이 방문해야하는 세 성지 중 하나이다. 260일 동안 수련을 받은 제자들이 스승과 함께 의례를 올리는 곳, 이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은 마야의 달력, ‘촐낀’이다. ‘촐낀’에는 마야의 시작과 번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때문에 ‘촐낀’을 안다는 것은 마야의 문명을 이해하고, 마야인을 안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해발 1,965m에 위치한 과테말라 마야종족 자치지구인 치치까스떼난고(chichicastenango)는 마야 원주민 마을이자, 그곳 사람들은 지금까지 ‘촐낀’에 맞춰 살아간다.
‘촐낀’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촐낀’에서의 하루하루에는 가지고 있는 의미가 다양하게 있고, 20일을 주기로 해, 주기마다 각기 다른 에너지가 담긴다고 여긴다. 그렇게 20일이 13번 260일로 정의된 달력이 ‘촐낀’이다.

 

천문학, 문명의 시작 그리고 권력
7세기 중반 마야에서 가장 큰 도시국가인 띠깔(Tikal)은 마야의 달력, ‘촐낀’의 시작과 닿아 있다.
로스트 월드 피라미드(Lost World Pyramid)는 높이 31m로 건축 당시 띠깔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었다. 지금 보면, 띠깔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정도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 년 전 이곳은 거대한 쇼의 무대였다.
로스트 월드 피라미드는 공공의례 장소로 모든 부족민들이 함께 모여 1년에 행하여지던 네 가지 의식을 지켜보던 곳이었다. 세제아왕은 피라미드 위로 올라가고, 부족민들은 피라미드 아래에서 신과 왕이 소통하기를 기다렸다. 신이 왕의 몸을 빌려 나타나면, 왕은 아래로 내려가 부족민들이 주는 제물과 공물을 받았다.
현재 무너지고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 피라미드 동쪽에는 세 개의 건축물이 있다. 세 건축물의 위치는 하지와 동지 그리고 춘추분과 관련이 있다. 맨 왼쪽의 건축물 위로 해가 떠오르면 하지이고, 춘분과 추분에는 가운데, 동지에는 오른쪽 건축물 위로 해가 떠오른다. 이것을 마주하고 서있는 로스트 월드 피라미드는 태양쇼를 위한 무대였던 것이다.
당대의 모든 천문 지식을 동원해 공공의례 날짜를 선택했고, 의례 당일 왕이 무대에 오르면, 이 순간만큼 왕은 인간을 넘어 선 초자연적 존재가 된다고 믿었다. 이렇게 마야의 권력은 탄생됐고, 이런 형태의 이야기들은 마야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 문명의 시작에는 하늘의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이 있었고, 권력을 얻기 위해 하늘을 관측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군중들은 그들을 따랐다.

고대 마야 천문학의 발전
고대 천문학은 태양과 달, 별의 규칙성을 파악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정립했다. 관찰의 첫 번째 목적은 하늘의 규칙을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마야의 천문 지식은 현대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특히 그들이 측정한 해, 달, 금성의 주기는 현대의 천문학과 거의 오차가 없다. 그렇다고 대단한 기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막대기 하나로, 맨 눈으로 매일매일 하늘을 봤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달이 언제 뜨는지 성실히 기록했다. 어떤 사람은 31.2일, 어떤 사람은 28.8일, 29.2일, 그 기록들도 제각기 조금씩 달랐다. 그런 다른 관찰값의 평균을 내고, 수백 년 동안 이 일을 반복하며, 오차를 줄여 나갔다. 그렇게 측정한 마야의 달 주기는 현대 과학과 34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그렇게 관측한 하늘 관찰물의 첫 번째 결과로는 16세기에 쓰여진 마야의 창조신화 ‘뽀뿔 부(Popul vuh)’가 있다. ‘뽀뿔 부’의 첫 번째 이야기는 천지 창조이다. 우주가 캄캄한 적막한 어둠 속에 있을 때, 하늘의 심장인 천신 우락깐(ulakcan)과 창조신 떼패우(tepeu)와 꾸꾸마춘(cucumachun) 세 명의 신이 세상을 만든다. 두 번째는 쌍둥이 형제가 지하세계에 불려가 모험을 하는 이야기이다. 쌍둥이는 지하세계 신들과 공놀이에 이겨 아버지를 부활시키고, 둘은 해와 달이 된다. 세 번째는 신이 인간을 만드는 이야기로, 인간을 만들 때의 재료가 옥수수이다. 네 번째는 ‘뽀뿔 부’를 기록한 끼체부족의 역사로 되어 있다. ‘뽀뿔 부’는 마야인이 이해하는 우주이자, 세상인 것이다.
이렇게 천문지식은 세대를 거듭해 전수 되었고, 특정집단에 의해 천문지식이 관리 되었으며, 그것을 관리하는 소수자들이 마야를 다스렸다. 이 사제들은 천문학을 이용해 왕들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제공하여 권력을 준 반면, 백성들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지침을 만들어 주었다.

당대 지식인, 사제
빨렌께(Palenque, 멕시코 고전기 마야 AD250~900,주요도시)는 열대 우림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도시다. 빨렌께 최고의 왕인 빠깔은 많은 도시들을 짓는다. 빨렌께에 남아 있는 건축물 대부분은 빠깔왕 때 지어진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축물인 비문의 신전(Temple of the inscription, AD 682) 아래에서 빠깔왕의 무덤이 발견됐다. 이것은 마야 건축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왕의 무덤이다.
관뚜껑에 새겨진 문양은 빠깔왕이 커다란 십자모양을 잡고 있는데, 이는 빠깔왕이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위 당시 나이도 어리고, 정권도 약했던 빠깔왕은 왕권 강화를 위해 매우 독특한 방법을 썼는데, 그것이 바로 달력이다.빠깔왕에게는 훌륭한 조력자로 사제가 있었고, 그는 마야의 창조신화와 빨렌께의 건국신화를 하나로 만든다. 이는 빠깔왕의 조상을 세상의 창조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정확하게 떨어지는 날짜들은 신화를 실제인 것처럼 바꾸어 버렸다.
수천 년의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왕조의 시작을 마야의 시작과 맞추었다. 이렇게 탄생된 마야의 ‘장주기력’은 왕조를 신격화하고, 동시에 왕권 강화를 이루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달력이다. 킹메이커, 천문학자, 수학자, 이야기꾼으로 사제들은 당대 지식인의 여러 모습이다.

아직도 건재하는 달력, ‘촐낀
‘촐낀’은 왕에게는 신의 권위를, 사람들에게는 삶의 지침을 만들어 줬다. 사제는 하늘의 규칙을 ‘촐낀’을 통해 마야에 옮겼고, 당대 달력 ‘촐낀’을 사용하면서 마야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지금도 끼체족에는 거의 빠짐없이 날마다 의례를 행하고 있다. 신이 매일매일 인간을 도와주니, 인간도 신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신들은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 돌이나 풀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마야의 아이들은 촐낀을 따르는 엄마아빠를 따라 자연스럽게 촐낀을 따르면서 생활 가운데 익숙하게 받아드리게 된다. 옷과 언어가 드러나는 마야인들의 특징이라면, ‘촐낀’은 마야인의 정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늘날 마야의 사제는 사회적 지위도 지식의 정도도 고대의 사제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마야 원주민의 삶 중심에는 사제와 그들만의 ‘촐낀’이 있다.
아직도 이곳에는 마야만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2018/03/09
정리 방민경

EBS <불멸의 마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