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앉아있는 회색 강아지, 이름은 또비입니다.
또비가 센터에 와 밥을 얻어 먹으며 살다시피 하는 동안에 만난 가족입니다.
왼쪽에 회색바지를 입고 앉아 있는 사람이 알베르토이고 그 옆의 남자아이는 손자, 로만입니다.
마침 방문 중이시던 이태구 목사님이 로만과 알렉산드리아를 안고 계시고요,
분홍 색 옷을 입고 앉아 있는 여자 분은 알베르토의 부인 마르띠나, 서있는 젊은 여인은 알베르토의 딸입니다.
알베르토는 피부암을 4년 동안 앓고 있다가 지난 5월에 하늘로 갔습니다.
의사를 대동하고 이곳에 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서 치료 시기를 놓쳐 버렸을 때였습니다. 환부가 부패해서 냄새가 날 정도였지요.
우리는 그에게 복음을 증거하고 하나님의 위로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의사가 링겔을 꽂아주며 이제 치료는 안된다고 말을 전하자 알베르토가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해 줄 것이 없어서 말없이 돌아서는 우리들에게 마르띠나가 깡통에 간직해 놓았던 강낭콩을 비닐 봉투에 쏟아 담았습니다. 우리는 손사래를 쳤지만 마르띠나는 강경했습니다. 결국 반만 나누어 갖고 돌아왔지요. 어둑해진 마당 끝에서는 당나귀가 끄억끄억 울어댔습니다.
그리고 알베르토는 5월 3일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끝날까지 알베르토는 통증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혼자 남은 마르띠나도 요추 탈골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는 주먹만 하게 튀어 오른 뼈마디가 열이 심해서 손을 대어보아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게 아프도록 병원에 가 본 일도 없고 약을 먹은 일도 없다지요. 이제는 뼈마디가 그런 모양으로 굳어져서 아플 때는 진통제로 견딜 수 밖에 없습니다.
마르띠나를 위해 지난 해에 찍었던 위의 가족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액자에 담아 전해 주었습니다. 먼저 번에 들렀다가 제단 위에 올려 놓은 알베르토의 작은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베르토 사후에 제단은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고, 주위에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위로하는 꽃다발이 마른 채로 놓여 있었습니다.
마르띠나는 사진 속,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리고는 액자를 조심스럽게 제단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알베르토 생전에 이 제단에 대해 물어 보았던 적이 있었지요.
여자아기 인형이 하나님의 아기라고 하더군요.
이것을 마야 종교에서 아기를 제물로 드리던 제사의식의 변형이라고 보는 것은 제단 위에 올려 놓은 각각의 인형들이 동물이나 아기에 국한 되어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 혼합 종교와 늘 맞닥뜨리며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복을 주는 신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신은 조금만 섭섭하게 해도 노하는 무서운 신입니다.
그 무서운 신을 달래기 위해 가슴 졸이며 살아온 저들이 아버지 하나님과 예수님을, 그리고 성령님을 만나서 조상 대대로 내려 온 쇠사슬이 끊어지는 날을 기다리고 또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