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고사 마을에서 봉사활동>
<방상혁>
히10장24절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지난 2월 5일은 멕시코 공휴일로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다.
생각 끝에 하루의 이벤트를 준비하였다. 이곳에서 오 십 분쯤 걸어서
가는 마야 유적지를 걸어서 다녀오는 코스를 준비하고 유적지도
돌아보는 계획이었다. 목적은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 걷기훈련과
팀 활동을 통해 단체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밝은
얼굴로 모여들었다. 마치 소풍 가는 기분으로 임하였다. 대열을 서서
인도 자를 쫓아 산등성이를 오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뿌듯함을 느끼며 그들이 산을 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보았다.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모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바비큐를
준비하였다. 그 동안 홍안이 되어서 이마에 구슬땀까지 흘리고 돌아온
아이들은 무슨 대견한 일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보였다.
점심을 든든히 먹인 후, 오후에는 선교지역 마을 중 가깝고 열악한
마을을 택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그 마을을 보고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깨달음이 오기를 기대하며
뻬뻬의 집이 있는 마을 사라고사로 향하였다.
한 팀은 동네 식수원인 산중의 작은 호수 주변에 나무를 심는 일을
맡았고 여학생들과 중학생들은 호수 주변에 널려 있는 많은 쓰레기를
수거 하도록 지시 하였다. 마침 오후 시간이라서 원주민 아낙네
들이 빨래를 하기 위해 많이 몰려나와 주변 바위에 빨래를 널어
놓기도 하고 한가하게 잔디에 비스듬히 누워 이쪽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표현은 산중 호수라 하지만 거의 메마른데다 진흙탕
과 부유물이 떠있는 상태였고 그들이 사용한 플라스틱 비누용기가
호수 주변에 널려 있었다.
어떤 원주민은 호수 가운데로 들어가 조금 더 나은 물을 길으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 보았다.
아이들이 직접 이 상황을 접하고 무엇인가를
깊이 머리 속에 도전 받기를 내심 원했던 것이었다.
물론 전체의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 상황이 그들의 안중에는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벌써 장난을 치며 큰 소리로
웃어대고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저려왔다.
이들이 변하여 이런 상태를 개혁 할 수 있는 마음의 다짐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랐던 나의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던가?
속에서 다른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가라 앉히고 남자 아이들은
나무를 심도록 지시하고 여자 아이들은 쓰레기를 수거 하도록
지시 하였다. 작업지시를 하고 난 얼마 후였다.
여러 남자 아이들이 작업 도구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장난을 하고 여자 아이들은 큰소리로 떠들면서 쓰레기를
집고 있었다. 마치 고삐 없이 풀어 놓은 당나귀들 같았다.
주민들이 많이 보고 있으니 익투스 학교의 명예를 생각하여
절도 있는 행동을 해달라는 주문도 그들은 벌써 잊어 버린 듯..
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억제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나무 심는 방법을 한 쪽에서 보여주며 그대로 하기를 지시하고
있노라면 저쪽에서는 작업을 중단하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대하면서
만감이 교차 되었다.
좋게 생각 하면 조급함이 없는 느긋한 마음인 것이고 꼬집어
보면 그래서 결국 이렇게 밖에 살 수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무리를 하고 돌아 오려는데 여자 아이들이 한쪽에서는 울고
한쪽에서는 호랑이 인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두 패로
갈라져서 다툰 모양이었다. 게다가 장비를 거두고 돌아 가야 하는데
장비와 남은 묘목을 거두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고 차에 둘러서서
잡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너희들의 다음 스텝은 무엇이야? 이제 뭘 해야 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거냐?"
참으려고 했지만 내가 들어도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서 너 명의 아이들이 장비를 차에 싣고 수거한
쓰레기를 남은 묘목 위에 포개어 놓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좀 생각하고 일을 해라! 이렇게 막 포개 놓으면 나무가
다 죽게 되잖냐, 그리고 새 물컵을 쓰레기와 함께 놔두면 못쓰게
되는 걸 너희들은 모르냐?"
언어를 속 시원히 구사할 수 없는 나로서는 더욱 화가 날 수 밖에야.
나는 다시 짐을 내리고 구분하여 짐을 실었다.
돌아 오는 차 안에서 여자 아이 중에 몇 명은 아직도
머리를 수그리고 울고 있고 나머지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 안에서는 두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다시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행사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 했다.
그런데 얼마쯤 인가 오다가 서서히 부끄러운 마음이 일어나면서
그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 하였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가?
머리 좋고 예의 바르고 매사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들이라면
다른 곳에서 찾았어야 했다.
우리가 아이들을 센터에 데리고 올 때는 아직은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만을 믿고 이 나라를 변화시킬 지도자로 키워내기 위한
선교방침이 아니었던가.
잠시였지만 그 사실을 잊은 채 부족한
모습을 아이들 앞에서 드러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아침부터 지금까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차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소다를 사서 주었다. 센터에 돌아와서 차에서
내리자 마자 누군가가 내 등을 찌르고 달아났다.
순간에 내 마음도 평안해 질 수 밖에야.
저렇게 단순한 아이들을 나의 복잡한 생각으로 판단 하고 야단을 친
부족함을 성령께서 오늘 이 말씀을 통해 뉘우치게 하셨다.
사랑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고 작은 선행이라도 그들을 격려
할 수 있는 마음이 갖추어 질 수 있도록 주님께 이 아침 간절히 간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