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투스에 한국의 풋풋한 대학생들이 달려온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된 학생들부터 복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글로벌 챌린저를 꿈꾼다. 먼저는 준비하는 학생 자신부터, 이들이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누릴 이곳 멕시코의 친구들까지. 이들을 밀착 취재했다.
1월 15일 월요일 밤, 익투스에 도착
학생 15명, 인솔자 교수 1명은 늦은 밤 익투스에 도착했다.
‘2018 강남대 글로벌 챌린저’ 팀이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한국의 문화와 대학을 소개하기 위해 온 대학생들은 따끈따끈한 기대를 안고, 한국에서 멕시코로 날라 왔다.
1월 16일 화요일 아침, 정글
어젯밤 늦게 도착한 강남대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글 프로그램으로 향했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에게 자연을 경험해 보라는 의미에서다. 정글에 도착해서, 몇 백 년 동안 살아온 나무도 직접 보고, 캐놉피도 해보고, 제규어 발톱도 보는 시간도 가졌다. 제규어는 이곳 마야 부족의 상징이기도 했다.
작은 물방울로 시작되어 폭포를 이룬다는 경관을 보기 위해 학생들은 험한 길을 올랐다. 오르는 길 내내 가파르고, 미끄럽고 덥고 쉽지 않았지만, 웅장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앞에 섰을 땐, 오르길 잘했다고 생각했단다.
학생들은 그 폭포의 모습 속에서 본인을 발견했으리라.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각자 마음에 담고 있는 한 조각 꿈을 향해, 걷고 또 걷다 보면, 언젠가 그 길의 끝에서 웅장한 폭포가 되어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1월 17일 수요일, 정글
정글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전기도 안 나오고, 따뜻한 물도 없는 상황에서 하루를 지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벌레도 많고, 땀도 많이 흘렸는데, 무심한 일교차는 또다시 학생들을 너무도 춥게 만들었다. 도심 속에서 지내온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서 고생한 것 같은 정글이 어떤 의미였냐고 물으니, 이혜인 학생(국어국문학과 16학번)은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 문을 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한 3명의 팀원끼리는 서로 친했지만, 다른 과, 다른 팀원들은 잘 몰랐다고 했다. 정글에서 험한 길을 함께 걸으며, 서로 잡아주고, 조심하라고 마음도 쓰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서먹서먹했던 사이는 손을 내밀어 줄만큼 가까워진 것이다.
1월 18일 목요일, 대표 선교사 강의
익투스 센터에서의 하루가 시작됐다. 익투스 대표인 이영용 선교사의 강의를 듣는 것으로 센터 일정이 시작됐다. 그가 걸어온 삶과 더불어 익투스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었다. 하나님께서 이 선교사를 지금까지 어떻게 이끄셨는지, 익투스 선교센터를 어떻게 이끌고 계신지 나누는 시간이었다.
꿈을 꾸고, 꿈을 향해 걷고 있는 청년들에게 많은 도전이 일었을 것이다. 젊은 날 가졌던 꿈을 이루고, 그 꿈을 발판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걷고 있는 이 선교사의 이야기는 듣는 학생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1월 19일 금요일 농장(신학교), 바이오월드 양식장, 과테말라 국경 탐방
이곳 익투스 센터에서 하고 있는 사역지를 돌아보는 일환으로 신학교에서 운영하는 농장과 틸라피아 양식장을 탐방했다.
또 육로로는 다른 나라를 갈 수 없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달리 육로를 통해 다른 국가로 넘어가 보는 체험도 해보았다.
1월 20일 토요일, 문화교류(한국어반학생들)
익투스 중고등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복주머니에 그려진 전통 문양들을 직접 색칠해 보기도 하고, 한국의 먹거리 사진을 직접 보면서, 한상차림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러한 수업이 있기 1시간 전부터 강남대 학생들은 익투스 졸업생들에게 간단한 스페인어 강의를 들으며, 한국문화체험 시간을 준비했다. 이곳 익투스고등학교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한국어 교과목이 있어,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대학 진학을 원하는 익투스 졸업생들은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하기에, 강남대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설명을 하며, 간단한 스페인어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을 통해, 서지원 학생(국어국문학과 17학번)은 “잠깐이었지만, 스페인어의 매력을 느꼈다”며, 기회를 만들어 꼭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1월 21일 일요일, 예배 및 문화체험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인 서지원, 한아름, 이혜인 학생들이 준비한 강남대 소개 영상은 학교 강의실부터 어학원, 학교 내 식당과 매점, 학교 주변 곳곳을 소개해줬다. 익투스 고등학생들에게 강남대학교를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학문화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
이혜인 학생은 “멕시코하면, 갱단만 생각하기 쉬웠는데, 이번에 익투스를 방문하면서, 평화롭게 펼쳐진 자연을 누리는 시간이 됐다”며, “서울처럼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이 처음에 불편했지만, 곳곳의 자연을 즐기기 시작하니, 오히려 핸드폰에 매였던 시간이 아까워졌다”며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단다.
일요일 오후, 문화체험의 일환으로 탈만들기, 공기놀이, 윷놀이, 제기차기를 준비해와, 익투스 학생들에게한국의 전통 놀이를 체험하도록 도왔다. 멕시코 학생들은 직접 한국의 전통놀이를 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1월 22, 23, 24일 월·화·수요일, 커피농장
커피농장 방문은 많은 학생들의 기대와 준비가 있었다. 농장에 사는 어린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주고 싶어,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조성훈 학생(산업시스템학과 13학번)은 “우리팀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행복한 가족’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라며, 그곳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족은 어떤 가족인지 그리게 해 보았단다. 연필조차 처음 쥐어보는 커피마을 아이들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어색해 하는 그들이 애처로왔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함도 잠시, 마음을 열고 그림을 그리는 등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기 시작했단다.
함께 체육대회도 하면서, 몸으로 함께 뛰고 웃었다. 이후에 ‘행복한 가족’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가족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를 했다. 엄마아빠들은 본인의 자녀가 생각하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채우려고 노력하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또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들에게는 학생들이 가족이 되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잠깐이었지만, 행복맛보기를 했단다.
36명의 어린이들이 참석했던 이날 행사는 가족들까지 하면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통해 농장아이들이 잠시나마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이 됐길 바랐다.
1월 25, 26, 27일 목·금·토요일, 산크리스토발
모든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익투스에서 2시간 여 떨어진 산크리스토발로 여행을 갔다. 중미의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산크리스토발에서 그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열심을 냈던 몸과 마음에 쉼을 주기로 했다.
‘글로벌 챌리저’의 학생으로 참석했다가 이제는 인솔자로 함께 한 박성민 학생(국어국문학과 15학번)은 “학생으로 참석했을 때는 이곳의 비전을 듣고, 배우는 수동적인 입장이었는데, 1년 남짓 인턴으로 일하다, 참여한 인솔자의 역할은 이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며, 함께 인솔자로 애써주신 정정훈 선교사와 조범희 인턴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에서 온 열 다섯 명의 젊은이들과 인솔자 교수 한 명.
‘글로벌 챌린저’라는 이름 아래 모여, 지난 2주간의 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에도 생각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그 용량이 커지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쁨으로, 능동적으로 달려가길 기대해본다.
2018/01
특파원 박성민, 조범희 선교사
글·정리 방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