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이야기 1

2012년 말, 멕시코 북서쪽의 작은 도시 오나바스 부근, 좀 이상한 유물이 발굴된다. 마야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25구의 유골, 그중 13구의 두개골 뒷부분은 길게 늘어져 있다.
이 두개골은 금세 주목을 받는다. 외계인의 두개골이라며, 마야는 외계인이 세운 문명이라는 이야기가 또 번진다. 4천여 년 전,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금 익투스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뿌리라고 믿고 있는 그것, 그들의 기원을 들여다 보자.

수천개의 도시 국가, 마야(maya)
마야(maya)는 하나의 나라 이름이 아니다. 수천 개의 도시 국가들을 통틀어 마야라고 한다. 이 때문에 마야를 지리적으로 구분 짓는 일은 쉽지 않다. 학자들은 마야의 유적이 있고, 지금까지 마야어를 쓰고 있는 지역을 마야라고 규정지었다.

먼저 마야에는 멕시코 남쪽의 치아빠스(chiapas)와 유까딴(ucatan)주가 들어간다. 바로 이곳 익투스가 있는 지역이자, 사역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이다.
16세기 스페인 군대가 들어와, 처음 만난 도시의 이름이 마야빤이었고,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마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마야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 즈음 정착 농업과 함께 시작된다. 벨리즈와 엘살바도르의 해안가에서 시작된 마야는 농사지을 땅과 물을 찾기 위해 점차 내륙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기원전 1,000년 즈음 열대우림이 가득한 내륙에 마야의 도시가 생겼다. 그리고 이곳에서 고전기라 불리는 마야문명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Tikal 과테말라
고전기마야 D250~900, 최대도시


띠깔이 밀림으로 들어온 것은 기원전 1,000년 즈음 일이다. 농사를 지을 땅과 물을 찾아온 신석기 사람들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원시림을 끝도 없이 잘라냈다. 그렇게 농터를 만들고, 집을 짓고, 도시를 건설했다. 사실 마야의 조상들이 이 밀림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옥수수 때문이다.

옥수수는 해발 2,400 미터의 고산지대부터 저지대까지 어떤 땅, 어떤 기후에서도 잘 자란다. 씨앗 하나로 100배, 200배의 수확량을 낼 수 있기에 옥수수는 신의 작물, 기적의 작물로 불렸다.

마야 창조신화, 뽀뿔 부
문명이 시작될 무렵, 이야기도 생겼다. 우리의 단군신화처럼, 세상과 인류가 어떻게 생겼냐는 이야기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다.마야 창조신화 ‘뽀뿔 부(popul bu)’이다.

공놀이를 아주 좋아하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시끄러워 지하세계 신들은 쌍둥이 형제에게 화가 나 있었다. 신들은 올빼미를 보내, 쌍둥이 형제를 지하세계로 초대했다. 이들의 아버지도 지하세계에 온 적이 있었는데, 신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죽었다. 형제는 아버지가 실패한 시험들을 차례차례 통과했다. 제규어의 방, 박쥐의 방, 마지막은 지하세계 신들과의 공놀이. 재치를 발휘한 형제가 승리했다. 이리하여, 쌍둥이는 죽은 아버지를 옥수수 신으로 부활시키고 형제는 각각 해와 달이 된다. 죽은 아버지의 부활은 해마다 다시 자라는 옥수수를 상징한다. 이렇게 창조 신화에 흔히 볼 수 있는 죽음과 부활이 마야 신화에서도 옥수수로 상징화 된다.
창조신화에 나왔던 쌍둥이 형제가 지하세계 신들과 한 공놀이. 마야 공놀이는 마야의 대표적인 대중 스포츠로 고무진액으로 만든 공을 사용한다. 공놀이는 마야인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이다. 가끔 왕이 선수로 나오는데, 이때 왕은 악에 맞서는 선으로 표현된다.
모든 마야 도시에는 한 개 이상의 공놀이장이 있다. 길이는 축구장보다 길고, 폭은 좁았던 이곳은 대중을 위한 공간이었다. 이 공놀이는 스포츠 이상의 종교의식이다. 어떤 도시에서는 실제로 공놀이가 끝나면, 사람을 희생하여 제사가 있었다. 하지만, 마야인들에게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공동체를 위한, 자신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인신 공양을 돌에 새긴 마야인들. 마야를 모르면 잔인한 장면으로 느껴질 수 있다. 희생 의례를 통해 땅으로 간 피는 다시 세상의 만물을 소생시킨다고 믿었다. 이렇듯 마야인들과 신들의 간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가까워 있다.

마야의 신, 옥수수
마야를 이야기 해주는 유물은 많지 않다. 정복자 스페인이 종교를 이유로 마야의 서적을 대부분 불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야가 신비스러운 역사로 남은 이유도 있다.

기록으로 남은 것이라고는 대부분 도자기인데, 도자기에 새겨진 무늬는 대부분 마야의 창조신화와 옥수수신에 대한 그림이다. 마야에서 옥수수는 단순히 먹는 용도가 아니다. 사람이 옥수수를 키우는 것 같지만, 옥수수가 있었기에 사람이 살 수 있었다. 곧 옥수수가 사람을 키운 것이다. 마야인들은 옥수수에 대해 생각할 때 단순히 음식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마야의 왕은 옥수수 신으로, 세계는 옥수수 밭으로 생각했다.
좁은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먹는 문제다. 화전농법은 1, 2년간 충분한 양의 곡물을 얻을 수 있기에, 이전하여 농사를 지을 땅만 충분하다면, 화전농법은 옥수수 재배에 있어서 최고의 방법이다.
이전할 땅이 마땅치 않았던 마야인들은 우리를 다시한번 놀라게 한다. 띠깔에서 북쪽의 열대우림으로 30분을 가면, 마야 문명의 초기 도시인 나끄베(nacbe, 과테말라 신고전기 마야BC2000~AD260)가 나온다.
평범한 밀림 같지만, 땅 밑에는 독특한 방이 있다. 일종의 지하실이다. 석회석으로 된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공간은 농작물을 보관했던 창고다. 건조한 옥수수를 보관했던 곳이다.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이 큰 방을 출뚠(chultun)이라고 부른다.
또, 담을 빙 둘러 쌓고, 그 안에 4포대의 진흙을 부어 인공경작지를 만들었다. 인공경작지는 옥수수 화전을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답이었다. 매년 새로운 흙만 채우면, 장소를 옮기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밀림 지역에서 생성되는 영양분이 많은 진흙으로 말이다.
이 농법의 제일 힘든 일은 진흙을 옮기는 일이었는데, 마야의 숲은 수레를 끌만한 거대 포유류가 서식하지 않았다. 마야가 일찍이 바퀴의 개념을 알고 있었음에도 짐수레가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흙은 지게의 일종인 뚬린(tumplim)이란 마야의 전통운반도구로서 사람이 이마에 띠를 두르고, 직접 운반했다. 이 뚬린은 아직도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렇듯 마야인은 밀림이 준 한계를 밀림이 준 방법으로 극복했다.

편두개골, 옥수수신을 몸에 지니다
마야를 세상에 처음 알린 사람은 서양인들이다. 유럽에서 중앙아메리카의 치아빠스와 유카탄으로 여행 온 그들에게는 마야는 원시였다. 기술은 한참 뒤떨어져 보였고, 밀림 속 도시는 실제 같지 않았다. 왕과 백성이 있는데, 국가는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마야를 신비롭게 했다.

2012년 멕시코의 한 도시에서 발견된 유골은 마야를 다시 신비주의로 물들였다. 뒤통수가 긴 편두, 외계인이 세운 나라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마야인들은 머릿뼈가 말랑말랑한 유년기 때, 편두를 만든다. 왕과 귀족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일반 마야인들에게도 퍼졌다. 편두는 그들이 섬기는 옥수수 신을 자신의 몸에 지니는 방법이었다.
산 바르똘로 벽화(BC100)는 마야 최초의 벽화로 옥수수신의 탄생 및 즉위를 그렸다. 마야 예술에서 옥수수는 세상의 창조와 함께 생겨났다고 묘사된다. 왕들은 옥수수처럼 치장을 했고, 옥수수처럼 옷을 입고, 분장을 했다. 스스로 옥수수와 연관을 지었다. 작은 천조각만 걸친 왕이 신전 안에 들어와, 치장을 시작한다. 인간에 불과했던 왕이 신이 되는 과정이다. 치장을 마친 왕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신이다. 바로 마야인이 사랑한 옥수수 신이다.

옥수수 문명, 마야
모모스떼난고(momostenango 과테말라)에서는 신에게 바칠 꽃과 초를 들고 산으로 오른다.

옥수수 농사를 짓는 마야인들에게는 이 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옥수수 농사를 짓기 전, 이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문명을 정의하는 많은 포인트가 있는데, 도시의 시작을 문명이라고도 하고 자연에 대한 도전을 문명이라고도 한다. 마야는 밀림의 도전을 옥수수로 극복한 ‘옥수수 문명’인 것이다.

지금도 700만 명 정도가 마야어를 사용한다. 나고 자라서 다시 씨앗이 되는 옥수수처럼, 마야인들은 지금도 소멸과 부활이 반복되는 어느 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2018/01/21
정리 방민경

EBS <불멸의 마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