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내가 선 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학생이 찾아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약자의 편에서 그들의 소리를 내주고 싶고,
어떠한 힘 앞에서도 정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당차고 멋진 생각이었다.

나는 물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정의는 무엇이냐고.
당신이 가진 펜의 끝은 어디를 향하고 있냐고.

질문을 하면서 동시에,
내게 되물어졌다.
네 펜 끝은 어디로 향하고 있냐고.
네가 말하는 바르다 함이 하나님 앞에 진정 바른 것이냐고.
네 필력으로 억눌린 약자의 심정을 순간 시원케 하는 데에서 그칠 거냐고
너는 그들을 어디로 견인할 것이냐고.
다시금 나에게 물음이 되어 내 마음의 심연을 울렸다.

새벽,
묵상 속에서,
아직 아브라함이기 전 아브람과 롯을 만났다.
한 번도 오늘과 같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눈에 뜨인 부분이 있었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 어떤 리더를 따르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모습이었다.
롯의 목자들은 당연이 주인이 롯이었기에 소돔과 고모라를 향했을 것이다.
아브람에게는 하나님이 그 선 곳인 가나안 땅을 약속하신다.
소돔과 고모라 성이 망할 때, 롯의 가족만이 급하게 나왔을 뿐,
그의 목자들은 구원을 받지 못했다.
아브람을 따랐던 목자들은 그들의 리더와 함께 할례를 받고,
하나님의 인도 앞에 그들의 리더와 함께 섰을 것이다.

이 두 주인을 보면서, 나를 본다.
나는 어떤 엄마인가,
나는 어떤 아내인가,
나는 어떤 이웃이고, 작가인가.
질문을 해본다.

아주 잘 가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맞다!’며 내 틀 속에 날 가두고는,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나는, 나를 되짚어 본다.
나를 통해 자녀들이 천국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는지,
나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하나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는지,
지금 다시, 내가 선 곳에서 질문을 해본다.

2018/03
<story ICHTHUS>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