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


아빠 얼굴을 봽고 왔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고, 주름은 더 파인 듯 했다.
하지만, 감사했다. 정말 감사했다.
내 앞에 아빠가 앉아 계셨고,
나를 보고 웃고 계셨다.

의자에 앉아 계신 아빠의 발 앞에 앉아
종아리를 주무르며,
도란도란 아빠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고, 은혜라는 것을 이젠 안다.

식도암 수술 후,
물 한 모금을 1분 여간 들여, 삼키는 모습을
핸드폰 창 너머로 보면서,
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를 배웠다.

한국에 도착한 지 5일이 지났을 때,
10월 예정일이었던 첫 외조카가 태어났다.
모든 것이 준비가 되지 않은 아가였지만,
엄마의 임신 중독 증상이 심해서 제왕절개로 꺼낼 수밖에 없었다.
800g가 겨우 넘은 조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우리 아이들을 낳자마자 안을 수 있었던 것도, 젖을 물릴 수 있었던 것도
주의 은혜임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모두가 그의 허락하심 아래 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던 2018년의 상반기였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임을 생각해본다.
그 은혜를, 오늘 나의 호흡을 어떻게 쓸 것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냥 있어도 쓰여지는 내 호흡, 내 생명.
한 순간 한 순간 주가 나를 지으신 그 뜻을 채우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금 이 순간도 깨어 있고 싶다.

2018/08
<story ICHTHUS>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