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afe 컵핑룸 이야기

<세번째 익투스블로그>

e-cafe 2년차 이의주 인턴선교사의 소소한 하루

2019930일 월요일
요즘 새로운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커피는 2가지 종류인데, 두 제품의 중간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로스팅 후 혼자 테스트를 해봤는데, 판단이 서질 않아 직원들의 도움을 청했다.

직원들과 함께 테스트를 하면 좋은 점이 있다.
첫째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둘째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직원들의 의견에
나도 새로운 접근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유익하다.

일이 미친 듯이 복잡한 것 같지도 않은데,
생각이 많아서일까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가끔 내가 답답해진다.
난 정말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다.ㅎㅎ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려니, 마음이 많이 분주하다.
그래도 그 여러 일들을 아직까지 잘 쳐내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나 스스로 대견하면서도 보람을 느낀다.ㅋㅋ
“이의주! 오늘도 잘 했어! 기특기특”

2019101일 화요일

이제 2019년이 3개월 밖에 안 남았다. 마음이 급해진다. 괜시리-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매일 기록해야할 서류들도 많고 새로운 일들도 두서없이 생긴다.
그래도 중요한 일들을 마무리 짓고, 커피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
또 커피 테스트를 하는 컵핑룸의 시간은 나에게 힐링을 제공해준다.
컵핑룸에 있는 커다란 창문을 통해 보는 하늘은 내 손에 닿을 것 같기도 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파란 하늘은 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사무실에 있다가 컵핑룸으로 가면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내 방처럼.^^
누가 어지럽히기라도 하면, 혼자 투덜대며 청소를 하기도 하고.ㅋㅋ
바닥을 쓸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행주를 빨고.
커피 그라인더, 로스팅 기계, 커피 머신 등 눈에 띄는 모든 기계들도 몽땅 닦는다.
그러고 나면, 또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한 나!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면, ya no tengo estres~~

2019102일 수요일
Guadalajara에서 커피 택배 주문이 들어왔다. 오예!
하.지.만,
커피를 볶고, 포장하고, 더불어 택배를 보내는 것까지 내 일이 되었기에
좀 많이 분주해졌다.
로스팅 커피 판매를 담당했던 멕시코 직원이 떠나면서, 그 일들이 내 일이 되었다.
이미 해본 것도 있고, 어깨 너머로 배우기도 했지만, 책임이 나에게 맡겨져서 일까?
다른 무게감으로 이 일들이 다가온다.
낯설기도 하고, 불편?어색?하기도 하고.

먼저 부담의 시작은 고객을 응대할 때부터였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했고,
운전을 못하니 택배를 보낼 때마다 운전을 부탁해야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공장에 있는 생두를 로스팅룸까지 운반하려면, 운전을 해야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정말 감사했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내 일을 해내기 어려운 현실이 진심 아쉬웠다.
이런 어려운 감정들을 통해 나의 부족함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깨달았기에 개선의 기회가 주어진 것임에 감사할 수 있었다.
자존심도 강하고, 나름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일을 진행할 때 불편하고,
내 기준만큼 빠릿빠릿한 진행을 할 수 없을 때 답답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만져 가고 계시는 구나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의 바운더리 안에서 잘 다듬어지고, 잘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시고 허락하신 상황들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관점으로 내가 삶을 살아내길, 그 관점이 내 삶에 새겨지길 바란다.
기승전 하.나.님! 아자아자!! 씨~익! ^-^

20191012일 토요일
이번 한주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3주에 걸쳐 판매할 분량을 이번 1주 동안 주문을 받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로스팅을 했다.
나는 영업을 하지 않았고 할 줄도 모르는데, 감사하게도 끊임없이 주문이 들어온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하는 심정으로 미친 듯이 커피를 볶아댔다.
한번 볶으면 2kg정도 나오는 소형(?) 로스터기라 물량이 많으면,
쉬지 않고 볶아내야 한다.^^;;
이것을 과연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나 혼자 해내고픈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오롯이 내가 감당해 보기로 결정했다.
(내 마음 속으로^^;;)
일에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까지 분주한 마음과 쫓기는 심정에 멘붕이었지만,
이의주가 일을 해냈다!!
물론 힘들었고,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 언제 멘붕이었냐는 듯,
감사함만이 마음 가득 차 올랐다.
커피의 ㅋ도 모르고 이곳에 와, 2년 남짓 되는 시간동안 참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커피의 맛을 보고, 생두를 구경하고, 양질의 생두를 고르며, 커피를 볶아보고,
많이 볶은 커피와 덜 볶은 커피의 맛도 비교해가며 등
시간이 흘러 원두를 판매하는 부분까지 담당하고 있다니.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새삼 기특하다며 나를 격려해주고 싶었다.
일을 해가는 과정을 되돌아보니, 어느 것 하나 뺄 것이 없는 귀한 경험들이었다.
이를 통해, 내가 지금의 일들을 감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힘들어도 감히 불평할 수 없음을 배웠다.
어떤 일을 하든지 이 마음이 쭉 유지되었으면 하는 큰~ 바람!!!

운전을 할 수 없어 자주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번 한 주는 불편함을 한 번도 느끼지 않았다. ㅎㅎ
박스 테이프가 필요했을 때는 한 직원이 자기 집에서 테이프를 가져왔다며 주었고,
택배를 3번이나 보냈어야 했는데, 때마다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었고,
Comitan에서는 팔지 않는 포장 스티커가 딱 필요할 때쯤
Tuxtla에 가신 선교사님께서 사다주시고,
지난 주 판매량이 적어 걱정했었는데 커피 90kg가 한주에 팔렸으니
그냥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내게 허락되어진 것은 오직 감사뿐이었다.
목요일에는 많은 주문에 좀 지쳐있었는데 또 주문이 들어왔다.ㅋㅋ
아자아자 감사감사!!
순간 겁이 났지만, 그라운드빈이 아닌 노동이 조금 덜 필요한 홀빈 주문이어서
또다시 감사했다.ㅎㅎㅎㅎㅎㅎ
때마다 내가 맡은 사역의 필요들이 채워졌던 감사한 한주였다.
이제 주말이니 또 에너지를 가득 채워 가야지!

20191014일 월요일
요즘은 점심시간이나 여가 시간에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다.
전에는 방에 혼자 있는 게 좋았는데,
요즘은 사람들과 있으면서 얻는 에너지가 좋아진다.

점심을 먹고 주말에 만들었던 콜드브루(cold brew)를
이카페 직원들, 청년들과 같이 마셨다.
이카페 직원 한 분이 사온 초코 도넛과 먹으니 너무나도 찰떡! <3
여전히 길게 혹은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서툰 에스빠뇰을 재미있게 이해해주니 짧은 대화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다.
짧은 에스파뇰을 써보기도 하는 좋은 시간!
나는 순간 든 느낌이나 생각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을 때가 많은데,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서로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 생각, 느낌들이
더욱 많이 생기길 바란다.
섬기고 배려하고 감사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되새기며 내적으로 더 튼튼하게 성장하는 개개인이,
더 나아가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이다.

20191020일 토요일_1
메디컬 서비스를 위해 Las Cascadas농장에 Comitan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 마을 사람들도 초청했다.
예상했던 인원보다 적게 오기는 했지만 아픈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정말 작은 아기들부터 허리 굽은 노인분들까지.
기침, 콧물 같은 잔병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고,
어떤 분은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처방을 받기도 했다.
산중에 사니 진료가 쉽지 않을 거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조금은 심각할 수도 있다니, 마음이 많이 안 좋다.
핑계 같지만, 요즘은 나 스스로도 기도거리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기도를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기도제목을 듣게 하신다.
기도 제목이 넘치니 부담이 되서 시작이 안 된다지만,
그래도 복음을 들은 적이 없고,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대신 기도해줘야 한다는 선한 부담이 계속 생긴다.
이렇게 기도 훈련을 시키시려나보다.
이 미션을 잘 감당하고 칭찬받아야지!!!!!^-^

20191020일 토요일_2
마을에서 메디컬 서비스가 이뤄지는 동안,
이영용 집사님(익투스대표선교사), 이카페 직원들과 함께 커피 농장으로 갔다.
700m 되는 지점부터 농장의 입구가 시작되는데,
2,000m 되는 곳까지 길을 만들어 커피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첫 방문 때에는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올랐는데,
몇 번 다녔다고 많이 힘들지 않은 것을 보면 많이 적응이 된 모양이다.
20살인 나도 농장에 다녀오면 체력이 방전되는데,
1~2주마다 한두 번씩 가는 이 집사님은 어떨까 싶었다.
올라가는 길에 이 집사님께 “힘들지 않으시냐?”고 여쭤봤더니, “보람차다”신다.
“본인에게 맡겨 주신 일을 이렇게 해낼 수 있는 게 감사하다(빌4:13)” 셨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내게는 뜻밖의 도전을 주었다.
그러곤 생각해본다.

주신 달란트로 내게 맡겨 주신 일을 기쁨과 감사로 감당하고 싶다.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하나님과 나의 일대일의 관계를 생각하며,
그 깊이를 누려보길 소망해본다.

2019/11
글 이의주 인턴선교사
편집정리 방민경 기자